일반서적

배를 엮다 / 미우라 시온 / 은행나무

꽃게장세트 2014. 7. 18. 00:04

[밝은 아침을 마중하는 지혜]의 7월 선정도서다. 이 책은 '행복한 사전'이라는 영화의 원작이다.

책을 추천하신 분께서 영화보다는 책을 먼저 보는것을 권해서 그렇게 했다. '배를 엮다'는 십 수 년간, '대도해'라는 사전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책을 통한 대화 주제는 다양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번 모임에서는 자신의 직업, 즉 '직'과 '업'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나눴다. 책 속의 인물들이 자신의 열정을 받쳐 사전을 만드는 일에 몰입하는 것을 우리가 공감했기 때문이다.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의 '업'을 알게 되었다. '직'이 아닌 '업'을 안고 살아가는 분이 계셨고, 이제 찾아서 시작하는 분이 계셨고, 실마리가 보여 업의 길을 가려는 분이 계셨다. 하지만 나는 아직 찾고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업'이 아닌 '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눈 대화 중에 두 번째로 인상깊었던 것은, 생산적 독서법에 대해서다. 자신의 마음와 닿는 부분에 밑줄을 긋고, 밑줄 긋는 것을 넘어 그것에 대한 마음의 울림이나 소리를 들어보라는 것이다. 그 소리를 들으려 노력하며 그 방향을 좇는다면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대화를 나눴다. 나눴다기 보다. 일방적으로 들었다는게 맞겠다. 참 좋았다. 그리고 그 말이 맞겠다는 생각을 했다.



p. 28 <대도해>란 우리 편집부에서 만들려고 하는 새 사전의 이름이야. '큰 바다를 건너다'라고 쓰지.

p. 36 '사전은 말의 바다를 건너는 배야' ..... '바다를 건너는 데 어울리는 배를 엮다'

p. 40 살풍경 : 자연 풍경 따위가 운치가 없고 메마름 / 단조롭고 흥취가 없음

p. 68 '가구야 씨, 나만 보고 있었잖아? 난 언제나 그래. 마지메한테 미안하지만, 뭐 전부 나의 치명적인 매력 탓이지 용서해줘." @ 나의 농진담.

p. 72 '말로는 알고 있어도, 실제로 삼각관계에 빠져 보지 않고는 그 쓴맛도 괴로움도 충분히 자신의 것이 되지 않습니다. 자신의 것이 되지 않은 말을 바르게 뜻풀이할 수 없겠죠'

p. 75 '큰 거였단 말이야. 난 큰 거 때는 아는 사람이 적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파야." @ 나랑 똑같음

p. 81 마지메는 심장 박동 수가 올라가 '이것이 바로 긴장한다는 뜻의 '아가루'구나 생각했다. @ 어떤 상황에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능력. 객관적 시선

p. 92 말로 생각을 전하려는 사람이 있는 한, 나는 온 힘을 다해 이 일을 완성시킬 것이다.

p. 129 '서로 방해받고 싶지 않은 세계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잘 맞지 않을까'

p. 130 마지메가 사전편집부에 이동해 왔을 때부터 니시오카에게는 예감이 있었다. 나는 버림받겠구나, 하는 예감이

p. 131 사전편집부에서 5년을 보내는 동안 편집부 내에서 자신의 위치와 존재 의의를 찾게 되었다.

p. 143 니시오카에게도 자존심은 있다. 어떤 것에도 그리 빠져들지 못하고, 일은 무난히 하고 있지만 바람직한 평가는 얻지 못하고, 늘 타인과 능력을 비교하며 초조해했다. 그런 한 자신을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다.

p. 145 따로따로 잠이 들어도 서로의 고동만은 들렸다.

p. 152 대체 어떻게 하면 무언가에 몰두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것밖에 없다고 작정하고 한 가지 일에만 매달릴 수 있을까? 니시오카는 알 수 없었다.

p. 153 어떻게 그렇게까지 몰두할 수 있는지, 수수께끼라고밖에 할 수 없다. 보기 괴로울 때조차 있었다. 하지만 만약에 내게도 마지메의 사전에 해당하는 것이 있다면. 니시오카는 문득 그런 상상을 했다.

p. 171 나는 필요한 사람이었다. '사전편집부의 쓸모없는 일원'이 절대 아니었다. 그걸 깨달은 기쁨. 솟구치는 긍지

p. 179 누군가의 열정에는 열정으로 응할 것, 니시오카는 지금까지 겸연쩍어서 피해 왔던 일을 '그렇게 하자'라고 마음먹고 나니 의외로 후련하고 가슴이 설렜다.

p. 186 내 마음속의 열정을 외면하는 짓은 그만둘 것이다.

p. 210 보기에는 변변찮아 보이는 사람인데 결혼? 나는 남자 친구와 헤어졌는데 이 아저씨는 기혼자! 세상이란 얼마나 불공평한지.

* 연애 : 남녀가 서로 애틋하게 그리워하며 사랑함. @ 동성연애자는 이 글을 보고...?

p. 277 안 돼,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성희롱이야 @ 기독교

p. 286 '왜 공금을 사용하여 사전을 만든다고 생각합니까?' '자국어 사전 편찬은 국가의 위신을 걸고 해야 한다, 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언어는 민족 정체성의 하나로 나라를 통합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언어의 통일과 장악이 필요하기 때문이겠지요.'

p. 288 '공금이 투입되면 내용에 간섭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겠지요. 또 국가의 위신을 걸기 때문에 살아 있는 생각을 전하는 도구로서가 아니라 권위와 지배의 도구로서 말을 이용할 우려도 있습니다."

<옮긴이의 말>

p. 333 <배를 엮다>는 겐부쇼보 사전편집부에서 사전 만들기에 일생을 바친 사람들의 노력과 열정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  국어사전의 이름은 <대도해>. 사전은 말의 바다를 건너는 배이므로 바다를 건너는 데 어울리는 배를  엮자는 의미에서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