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조지 오웰/문학동네
오늘 이른 아침에 마지막 장을 넘겼다.
책도락ˉ의 12월 모임이 조지 오웰의 1984였기 때문에 연속으로 그의 책을 읽게 되었다.
정치풍자 소설인 '동물농장'은 거침없이 읽어내려갔고, 내용에 만족했다. 연이은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은 올해 읽은 가장 재밌는 책 1위에 등극시킬 만큼 아주 재밌었다.그의 책소개 와는 다르게 '무척 대수로운 이야기'였고 그의 말처럼 '그저 재밌기도' 했다. 보다가 많이 웃기도 했다~ 아내가, 자기만 쏙 빼놓 웃냐고 할 정도로... ^^
강레오의 인터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영국이나 프랑스 호텔들의 주방 시스템은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크게 변하지 않은 같다. 특히 일하는 시간은 더욱 그런것 같다.
page. 174 배를 쫄쫄 굶고도 할 수 있는 일은 책 읽는 것뿐인 듯했다.
page. 230 호텔 종업원들은 음식을 장만하느라 너무나 바빠서 그것을 먹기 위해 만든다는 것을 잊어버린다. 의사에게 암으로 죽어가는 사람이 단지 '환자'에 불과하듯, 요리사에게 요리는 '주문품'에 불과하다.
page. 239 난 제국시대의 악명 높은 매춘부 쉬잔 메 앞에서 기도를 올린 거야....
page. 243 그러나 돌이켜보면 나를 놀라게 한 건 내가 살인 현장을 본 지 3분도 채 되지 않아 침대에 들어 곧 잠이 들었다는 사실이다. .... 우리는 중노동자가 아닌가, 살인 사건쯤으로 잠을 설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page. 250 전체적으로 보면 완벽하고도 야성적으로 행복해지는 두 시간이 그 후에 따르는 두통을 보상해주는 것 같았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많은 사람들은 결혼생활도 맛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신중하게 준비할 미래도 없었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벌이는 술판이 인생을 살 만한 가치가 있게 해주는 유일한 일이었다.
page. 272 피로가 사람의 예의에 미치는 영향이란 이런 것이다. @ 욕이 난무~
page. 275 내가 제기하고자 하는 문제는 왜 이런 생활이 지속되는가 하는 것이다. 이런 생활이 어떤 목적에 기여하는 것이며, 누가 그것이 계속되기를 원하는지, 왜 그러는지 하는 문제이다. 나는 단순히 반항적인 게으름뱅이의 태도를 취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만 접시닦이 생활의 자회적 의의가 어디에 있는지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page. 276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학을 나온 자들이 파리에서 하루 열 시간 내지 열다섯 시간씩 접시를 닦는 형편이다. 그건 사람들이 게을러서가 아니다. 게으른 사람은 접시닦이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사고할 수 없게 만드는 판에 박힌 생활에 사로잡혀 있다.
page. 277 그는 대체로 사치 아닌 사치만을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
page. 278 동양인들은 걷는 것을 천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존재할 뿐이다. 그것은 사치다. ?
page. 279 대중이란(사고는 이렇게 이어진다) 저급한 동물이기 때문에 한가해지면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바빠서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 것이 안전한다.
page. 280 모든 지식인이 자기네 의견을 보수적으로 만드는 이유는 다름 아니라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위험한 대중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page. 293 내가 입은 옷은 나를 곧장 새로운 세계로 인도했다.
page. 326 너절한 음식을 먹으며 살아왔으니 마침내 육신은 말할 것도 없고, 영혼까지 저절로 타락해버렸던 것이다. 그의 인간성을 파괴한 것은 타고난 악덕이 아니라 바로 영양실조였다.
page. 338 윈스턴이 '부채'라고 써 붙인 코끼리를 밀려고 애쓰는 모습을 그리고 그 밑에다가 '과연 움직일 수 있을까?'라고 써놓는 거지, ... 사회주의를 두둔하는 그림을 그리면 안 돼. 경찰이 가만있지를 않거든. 한번은 '자본'이라고 쓴 큰 뱀이 '노동'이라고 쓴 토끼를 통째로 삼키는 그림을 그린 적이 있어.
page. 341 밤이면 수시로 밖에 나가서 유성을 지켜봐. 별은 공짜로 구경할 수 있잖아 . 눈을 쓴다고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page. 342 가난이 문제가 안 된다고 주장한 최초의 사람이었다 @ 보조 / 본받을 만한다.
page. 344 그는 자신의 처지를 직시하면서 자기 나름의 철학을 이루어냈다. @ 보조
page. 345 그는 누더기를 걸치고 춥고 배고팠지만 책을 읽고 생각하고 유성을 지켜볼 수 있는 한, 그의 말마따나 정신만은 자유로웠던 것이다. @보조
page. 351 '하느님의 성전에서 이런 외설스러운 그림을 그리다니!'하고 소리를 치잖아. 그래서 나는 그림을 물로 씻어내야 했어. 그건 말이야. 보티첼리가 그린 <비너스의 탄생>의 모사였어.
page. 352 이들이 노골적으로 구걸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우스꽝스러운 영국 법률이 규제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성냥이니 뭐니 파는 체하는 것이었다. 법률대로 하자면 모르는 사람에게 다가가 2펜스를 달라고 하면 그 사람은 경찰을 불러서 구걸을 한 죄로 7일간 구류를 살게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공기를 흐려놓을지라도 <내 주를 가까이>라고 콧노래라도 부른다든가, 분필로 길바닥에 그림을 그린다든가, 성냥통을 들고 서성거린다든가 하면-간단히 말해서 남에게 폐를 끼친다면-그 행위는 구걸이 아니라 합법적인 장사로 간주되었다. 다시 말해서 성냥 장사나 길거리 찬송 부르기 등은 합법적인 범죄였다.
page. 365 누군가가 광고지를 나눠주고 있을 때 그 종이를 한 장 받아주기만 해도 그에게는 적선을 베푸는 것이다. 왜냐하면 광고지를 전부 나눠주어야 그의 일이 끝나기 때문이다.
page. 367 그네들은 조금도 모욕당하지 않았다. 다만 무시당했을 뿐이다. 그들은 '최하층 생활을 하는 빈민굴에 거리낌 없이 들어가보았다' 운운하면서 자신들이 얼마나 용감했는지를 생각하고 스스로 위안했을 것이 틀림없었다. @ 그네들은, 빈민굴에 들어온 자선사업가들을 말한다. 위선적인 행동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고 나는 믿는다.
page. 367 사람들이 누군가의 벌이가 어떤 수준 이하로 떨어지기만 하면, 그들을 위해 자신들이 설교도 하고 기도도 올릴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page. 372 그 결과 처음으로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우러나왔다. @ 식권을 돌리는 목사는 수줍어 하고 어색해 하면서 인사 말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나 단체들이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면서 생색을 내기 때문이다.
page. 373 '팔기 전에 면도 한 번 안 하고 면도칼을 넘겼단 말이야. 병신도 상병신이 따로 없지!' 이런 처참한 상황에서도 그는 면도칼을 생각해내고 웃을 여유가 있었다. 나는 그에게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page. 388 종업원 말에 따르면 음식을 떠돌ㄹ이들에게 주지 않고 버리는 것은 의도적인 정책이라고 했다. @ 떠돌이들을 착취하면서 재워주는 구빈원의 주방을 말한다. 권력자들은 떠돌이들에게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그들이 위험해 지기 때문이다.
page. 388 그는 떠돌이들이 하루 열네 시간을 구호소에서 보내고 나머지 열 시간 동안은 걷거나 경찰을 피하는 데 보내도록 만드는 제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 1984의 내용들이 생각났다. 하층민들에게 여유를 주지 않는 것이다. 권력을 계속 유지 하기 위한 권격자들의 정책이다.
page. 392 떠돌이에 관해서 몇 가지 일반적인 의견을 기록하고자 한다. .... 방랑하는 유대인처럼 수만 명에 이르는 인간 집단이 영국을 주름잡고 다닌다는 것은 묘한 일이다. .... 떠돌이가 사실상 불한당이라는 관념에 뿌리박고 있다. 어린 시절에 우리는 떠돌이란 곧 불한당이라고 배웠다. 따라서 우리의 마음속에는 일종의 관념적이거나 전형적인 떠돌이-일을 하거나 씻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고, 오로지 비럭질하고 술 마시고 닭장을 털려는 생각 외에는 원하는 것이 없는 끔찍하고 위험천만한 사람-가 존재한다.
page. 393 방랑이 근본적인 문제 : 그들이 원해서가 아니라, 자동차가 좌측통행하는 것과 똑같은 이유에서이다. 즉, 그네들을 그렇게 하도록 강요하는 법률이 생겼기 때문이다.
page. 397 궁핍이 낳은 죄악은 사람을 괴롭힌다기보다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그를 망쳐놓는다는 것이 실제이다.
page. 398 법률이 이 과정을 계속 지속시키며, 우리는 이에 면역이 되어서 놀라지도 않는다. 허망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생활의 무용성을 인정하면 어떤 개선책이 나올 수 있는가.
page. 398 문제는 지루하고 의기소침한 떠돌이를 어떻게 자존심 있는 인간으로 변화시킬 수 있느냐에 있다. 단지 더 편안하게 해준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 떠돌이는 여전히 결혼과 가정에서 유리된 가난뱅이이고 나아가 지역사회의 큰 손실일 것이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그의 극빈 상태를 없애주는 일이며, 이 일은 오직 그에게 일을-일하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니라, 일함으로써 나오는 이득을 즐길 수 있는 일을-마련해줌으로써만 이뤄질 수 있다.
page. 399 각각의 구빈원에서 소규모의 농장을 경영하거나 적어도 채소밭이라도 만들어서, 찾아오는 떠돌이 중 몸이 성한 자에게 하루 동안 차근히 일을 시키는 것이다.
page. 409 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무척 대수롭지 않은 이유기다. 어떤 여행기마냥 그저 재미있었기를 바랄 뿐이다. 적어도 당신이 무일푼 때 당신을 기다리는 세계는 이런 곳이라는 이야기는 할 수 있겠다. @ 조지 오웰의 이 자서전은 무척 대수로운 이야기이며 그저 재밌기도 하다.
page. 409 떠돌이는 전부 불한당에다 주정뱅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고, 거지에게 한 푼 주었을 때 고마워하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을 것이며, 실직한 사람이 기력이 없어도 아연실색하지 않겠고, 구세군에는 헌금을 하지 않겠으며, 또 내 옷을 전당 잡히지 않을 것이고, 고아고 전단을 거절하지 않겠으며, 그럴듯하게 말끔한 음식점에서 식사를 즐기지도 않을 것이다. 이것이 시작이다.
<해설> 김기혁
page. 413 작가는 모름지기 정직하고 진실해야 하며, 자신이 감지한 모든 허위와 비리는 용서 없이 폭로, 고발해야 한다는 그의 작가 정신
page. 414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은 영국과 프랑스를 비교하여 영국의 부랑자 대책을 비판했다.
page. 415 그들이(디스토피어 작가들) 본질적으로 문제 삼은 것은 인간이 미래에 어떤 형태로 변질될 것인가 하는 점과 역사적 모순성을 설명하고자 하는 데 있었다. 또한 과연 인간이 자신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즉 자유, 존엄성, 성실성, 사랑 등을 열망하는 마음을 상실할 만큼 인간성이 변질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세 작가는 그것이 가능한 듯한 태도를 보인다.
page. 415 오웰이나 헉슬리, 자먀틴이 이런 무모하고 미친 세상이 반드시 도래한다고 주장했던 것은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경고의 의미가 짙다고 암시할 따름이다.
page. 415 폐결핵이라는 자신의 만년의 절망적인 상황 아래서 '동물농장'과 '1984'를 썼다.
page. 416 세계 도처에서 들려오는 권력의 타락에 억눌린 신음소리를 진정시키는 호소이다. @ 동물농장을 말한다.
page. 416 동물농장은 소련의 권력 체제를 표본으로 하고 있다. 예언자인 메이저 영감은 마르크스이고, 엉큼한 독재자 나폴레옹은 스탈린이며, 이상주의자 스노볼은 스탈린에게 축출당한 트로츠키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반란'이라는 단어는 1917년의 러시아 혁명을 의미하고, 이 혁명에서 멸망한 차르 정권은 매너(장원) 농장의 주인 존스로 등장한다. 동물농장에 늘 위협적인 존재인 필킹턴은 서구 자본주의 진영이고, 프레더릭은 독일을 중심으로 한 파시스트당 진영으로 대입된다. 자본가를 인간으로, 노동자를 동물로 간주하는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은 '동물주의'를 제창하는 메이저 영감의 연설이 대변해준다. 그럴듯한 혁명 이념을 뒷전으로 한 채 자본주의 체제에 동화되어가는 소비에트 공화국'으 타락 면모는 '동물농장'으 전개 과정에서 뚜렷하게 재현된다.
page. 419 오웰은 자신도 이런 따라지들의 생활 수렁에서 맴돌고 있었지만 '구빈원'과 같은 위선적이고 형식적인 사회제도를 날카롭게 파헤치는 시선을 잃지 않는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듯 부에는 가난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가난의 테두리 내에서 맴도는 따라지 인생들이 어떻게 하면 구제되고 어떻게 하면 삶의 개선을 이룰 것인지, 오웰은 그 대책을 제시하고 외쳤지만 그러한 사회의 고민은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