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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선생이다 / 황현산 / 난다

꽃게장세트 2017. 11. 2. 06:45

밤이 선생이다 / 황현산 / 난다


청와대에 초청받은 노회찬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 부부에게 선물해서 뉴스를 타게 된 책이라고 하여 봤다.


밤이 선생이다? 


저자는 “낮이 이성의 시간이라면 밤은 상상력의 시간이다. 낮이 사회적 자아의 세계라면 밤은 창조적 자아의 세계다. 밝은 곳에 있는 가능성은 우리가 다 아는 가능성이고, 어둠 속에 있는 길이 우리 앞에 열린, 열릴 길이다."라는 의미에서 제목을 지었다고 한다.


p. 174 "밥하기보다 쉬운 글쓰기"

저자는 당신이 잘 아는 것, 사소한 것, 당신의 실패와 변화에 대해 쓰라고 말한다. 사소한 것과 우리가 잘 아는 것은 사실 같은 것이다. 일상에 묻혀 살아온 사람이 거창한 지식을 갖기는 어렵다. 까다롭고 복잡한 이론체계에 친숙 해진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거 확보하고 있는 지식이 반드시 적은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한 주부가 여성주의에 관해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지만, 자기 친정이 어떻게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구별하여 키웠는지는 그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없다. 인간의 심성이니 무의식이니 하는 것에 대해 특별히 공부한 적은 없지만 사흘 동안 입을 다물고 있는 남편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그는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 어느 시간에 어느 시장에 나가야 좋은 배추를 값싸게 살 수 있는지 알고 있다. 친구와 함께 공부한다고 나간 아들이 어디서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그는 잘 알고 있다. 어느 방향에서 사진을 찍어야 자기 얼굴이 가장 예쁘게 나오는지 그는 잘 알고 있다. 입술이 부르텄을 때 다른 사람이야 어떠하든 자신은 무슨 약을 발라야 하는지 그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은 다 사소한 것들이다. 사소하다는 것은 세상의 큰 목소리들과 엄밀한 이론체계들이 미처 알지 못했거나 감안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사소한 것들은 바로 그 때문에 독창적인 힘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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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177 문제는 결국 유연성인데 그것은 자신감의 표현과 다른 것이 아니다. 무협영화 한 편만 보더라도 최고의 고수는 가장 유연한 자이다.


p. 212 삶을 깊이 있고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들은 우리가 마음을 쏟기만 한다면 우리의 주변 어디에나 숨어 있다. 매우 하찮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내 삶을 구성하는 것 하나하나에 깊이를 뚫어 마음을 쌓지 않는다면 저 바깥에 대한 지식도 쌓일 자리가 없다. 정신이 부지런한 자에게는 어디에나 희망이 있다고 새삼스럽게 말해야겠다.


p. 248 선생의 깊은 지식과 열정은 우리말의 소금이다. 이 소금이 너무 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고쳐 생각한다. 소금이 짜지 않으면 그것을 어찌 소금이라 하겠는가.


p. 260 "군대 폭력 문화"에 대한 민간조사를 확대한 연구 프로젝트 같은 것을 제안하고 싶다.


구성원 : 포용력 있는 군 지휘관들과 민완(일을 재치있고 빠르게 처리하는 솜씨)한 수사관들, 사회학자들과 심리학자들, 경험 많은 사건기자들, 한 사람 이상의 소설가(시나리오 전문가)


구성원이 해야할 일 : 사건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사항들은 말할 것도 없고 아무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사항들까지 들추어내고 기록하는 일이다. 우리가 시나리오에서 벗어나는 길은 시나리오를 매끄럽게 하기 위해 제외된 요소들을 제자리에 복원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p. 280 "은밀한 시간"

나는 누구나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난 시간을, 다시 말해서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남이 모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식구들에게도 그런 시간을 가지라고 권한다. 애들은 그 시간에 학교 성적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소설이나 만화를 보기도 할 것이며, 내 알고는 제지하지 않을 수 없는 난잡한 비디오에 빠져 있기도 할 것이다. 어차피 보게 될 것이라면 마음 편하게 보는 편이 낫다고 본다. 아내는 그런 시간에 노래방에 갈 수도 있고, 옛날 남자친구를 만나 내 흉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늘 되풀이되는 생활에 활력을 얻을 수 있다면 그 또한 좋은 일이다. 여름날 왕성한 힘을 자랑하는 호박순도 계속 지켜보고 있으면 어느 틈에 자랄 것이며, 폭죽처럼 타오르는 꽃이라 한들 감시하는 시선 앞에서 무슨 흥이 나겠는가. 모든 것이 은밀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