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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13일 / 시 읽기 좋은 날 / 김경민 / 쌤파커스

꽃게장세트 2013. 6. 30. 22:15
"그날, 그 시가 내 가슴으로 들어왔다."

[밝은 아침을 마중하는 지혜]의 7월 선정 도서다. 

시와 나는 동떨어져 있다. 도대체 어울리지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시가 포함하고 있는 의미를 애써 해석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짧게 말해, 시가 싫다. 시가 저절로 느껴지는 사람도 있을테지만 나 같은 사람도 있다. 1/4정도 까지는 재밌었다. 왜냐하면 사랑에 대한 시들이 줄지어 나오고, 그 해석이 기가 막히기 때문이다. 지은이 만의 해석이라지만 내 심연을 건드리거나 긁기에 충분했다. 내 심연은 한 여자와 관계가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무디어진 내 감정을 시의 해석들이 끄집어 냈다. 오히려 잘된지도 모른다. 어쩌면 깊이 숨겨진 것들을 끄집어 내어 속시원하게 일광욕을 시키는게 나을 수 있다. 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사람들과 나누는 생활을 통해 곪아지는 것을 막았기 때문에 더 진행되지는 않을 전망이지만 아직 무언가 부족함을 느낀다. 그 부족함이, 아직 생기지 않은 신앙심일까? 아직 존재를 확신하지 않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일까? 아니면 내가 원하는 여자를 만나는 것일까? 아직 모를 일이다. 나를 더 지켜보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거다.

[밝은 아침을 마중하는 지혜]에서 우린 또 어떤 얘기를 나누게 될지 기대된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얘기를 나누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것은 내 삶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

p. 29 누군가를 가장 오래 기다려본 시간이 얼마였던가.

p. 30 사랑이란 결국 다른 사람에게 나의 시간을 자발적으로 빼앗기는 일이며, 다른 이의시간을 당당하게 빼앗는 일이아니던가. 이 빼앗김과 빼앗음을 견딜 수 없는 사람이 어찌 다른 이를 사랑할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p. 36 나는 이따금 이해할 수 없을 떄가 많다. 어찌하여 다른 남자가 그녀를 사랑할 수 있으며, 사랑하는 일이 허용되는가. 내가 이토록 한결같이 오로지 그녀만을 진심으로 완전하게 사랑하여, 그녀 이외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 것도 이해하지 않고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데도 말이다. - 괴테, <젋은 베르테르의 슬픔 > 중에서 -

p. 55 사랑을 읽고 나는 쓰네 : 사랑을 잃고 난 노래하네 ..... 그나저나 우리는 예전에 어느 쪽에서 문을 잠갔던 걸까.

p. 96 나의 고통은 타인의 위로로 없어지지 않는다. 나 자신이 그 고통을 직시하고 그것을 기꺼이 짊어진 채 스스로의 힘으로 헤쳐 나가야만 해결될 수 있는 것.

p. 113 솔직한 고백이 한계와 힘

100퍼센트 솔직할 수 있을까? 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 솔직함이 과연  완전한 진실에 부합될 수 있을까? .... 그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말하는 사람의 진심이 느껴지는 자기 고백은 듣는 사람의마음을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p. 153 나를 주저앉히면서 일으키는 힘, 열등감

p. 155 니가 속에다 그걸 숨겨 놓으려니까 너 대신 누가 그걸 들추면 상처가 되는 거야. 상처가 되기 싫으면 그냥 그렇다고 니 입으로 말해 버려. 나중에 나이 먹으면 쪽팔려한 게 더 쪽팔려져. - 길려령, <완득이> 중에서 -

@ 앤디 워홀 : 다 말해버리면 그 후로 그 사람이 그런 말을 꺼내지 않는다.( 전부터 그러고 있었던것 같아... 기쁘다. . )

p. 159 <참을 수 없는 존재의 찌질함>

1.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인간

2. 강자에게도 강하고 약자에게도강한 인간

3. 강자에게도 약하고 약자에게도 약한 인간

4.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인간

'착하다'는 평가를 듣는 사람들이 대체로 3에 속한다.

p. 181 박완서 선생도 아들을 잃은 지 20년 정도가 지난 후에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아들을 잃어버린 시기는 가장 강하세 신을 부정한 시간이기도 했지만 우리가 무를 부정할 수 없지 않아요? 어떤 신적인 존재가 있고, 그리고 그가 어떤 분이라고 생각이 내게 있었으므로 '대체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습니까?'라고 끊임없이 질문했던 거죠. 그 순간 내가 질문을 던질 상대가 있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없이 낮고 비루해지면 신이 보여요. 물론 그렇게 해서 신을 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p. 195 때때로 지루한 이 일상도 분명 살아 있음이 선사하는 눈부신 기적이 아니겠는가. 

p. 215 타인을 위해 울 수 있는 능력 : '곡비'는 옛날 양반 집안에 상이 났을 때 대신 애절하게 울어주던 노비라고 한다.

p. 234 조카들 '이건 왜 그래?' --> '그건 원래 그래!', '그냥 당연한 거야!' 뭐 이따위 것들이다.

p. 일치를 향한 확연한 갈라섬

사랑은 한 사람의 잘못을 보고 기뻐하지 아니하고, 그 옮음을 보고 기뻐한다. - 고린도전서 13:6

... 바르게 사고할 수 있을 때 사랑도 바르게 선다.

p.  275 만약 지금의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러한 상황을 두고만 보지는 않을 것이다.

@ 부모님의 옛 이야기. 또는 모두의 사랑 이야기

@ 옛이야기, 화평, 나의 허약함. 밭일 내가 자란 후에.. 말씀, 누나에게도 충고.

 : 결론 : 그러므로 건강한 생각을 갖고 자라나게 해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p. 280 분노는 분노 나름이지만 탐욕은 그냥 탐욕일 뿐이다.

p. 280 보통 어떤 사람을 착하다고 하는가. 호깃 거절을 잘 못 하고, 주장이 강하지 않으며, 누구에게다 친절한 사람을 착하다고 여기지는 않는가. 옮음에 대한 분별이 없는 착함.

<저자 소개>

저자 김경민은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어교육과에서 시 교육을 공부하고, 동일여자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를 지냈다.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2007년 개정 교육과정)를 공동 집필했으며, 1년에 평균 120권 이상의 책을 읽는 독서광이다. ‘시’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시’라는 장르에 딱딱하고 어렵게만 접근하는 고등학생들에게 시의 재미와 깊은 묘미를 느끼게 하고 자신만의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교사로 인정을 받았다. 실제로 교과서에 담긴 주옥같은 시들은 시간이 지난 후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깨달음과 삶에 대한 통찰력의 밑바탕이 되어준 소중한 자산임을 깨달은 그녀는, 다시 만나고 싶은 오랜 시들을 성인들이 한 편 한 편 곱씹어볼 수 있도록 자신의 촉촉한 에세이와 함께 한 권으로 엮어냈다. 이 책은 그녀의 첫 번째 대중서로, 20~30대 여성의 감성을 건드리는 자기 고백적 글과 시에 대한 은유적인 해석으로 지적 풍만함을 안겨준다.

[모임 후기]

좋았다.

시낭독이 좋았다.

겔다가 오랜만에 나와서 좋았다.

모임이 끝난 뒤, 감자탕 맛이 아주 좋았다.

서로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나눈 대화가 좋았다.

그래서 좋았다.

낄낄낄